자유/기억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재러드 다이아몬드 (1)

lime9 2024. 3. 1. 20:22

유명한 책 <총, 균, 쇠>를 읽어보고 정리해보았다. 유튜브에 이 책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한 영상은 많지만 간단하게 정리한 이차적 자료를 읽는 것은 직접 읽어보는 것과는 다를 것이기에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읽어보았다 (한 가지 슬펐던 점은 두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는 게 조금 어려웠다...).

 

문학사상사의 <총, 균, 쇠>

 

 


 

 

선행 인류는 다음의 과정을 거쳐 진화했다.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아프리카의 남쪽 원숭이)
  • 호모 하빌리스 (솜씨 있는 사람)
  • 호모 에렉투스 (서서 걷는 사람)
  •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사람): 네안데르탈렌시스, 크로마뇽인

현생 인류는 국지적 기원 후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간다. 이것은 여러 곳이 아닌 한 곳에서 인류가 탄생했다는 주장의 유력한 증거이다. 이 땅에 남아 있는 증거는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하여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가며 마지막으로 남북 아메리카까지 도달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아프리카는 다른 대륙에 비해 시작이 빨랐음에도 불구하고, 왜 유럽인들이 세계를 장악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 <총, 균, 쇠>의 주제이다.

 

 

제 1부: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운명의 갈림길

제 1장: 문명이 싹트기 직전의 세계 상황

어느 사회의 발전이 가장 빠를 것인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결과는 유라시아가 가장 빨랐다. 이것의 진정한 원인은 무엇일까?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선행 인류는 대륙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이 시작이 빠르더라도 그 이후 아메리카인들에게 추월 당했다. 왜 그런 것일까?

이것의 이유를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아메리카인들은 넓은 면적환경이 다양했기 때문에 아프리카인들보다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제 2장: 환경 차이가 다양화를 빚어낸 모델 폴리네시아

큰 세계의 흐름을 읽기 위해 작은 예제인 폴리네시아를 통해 환경의 차이로 인한 종 간의 차이를 보여준다. 폴리네이사의 여러 섬 사회는 각기 경제적 전문화, 사회적 복잡성, 정치적 조직, 유형 생산품 등이 크게 달랐다. 왜 달랐던 것일까? 그 이유는 인구 규모밀도와 관련이 되고, 이것은 또 섬의 면적, 분열, 고립성, 먹거리 구하기식량 생산 강화 기회의 차이에 있다.

 

폴리네시아의 여러 사회는 원래 동일한 하나의 조상 사회에서 갈라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환경으로 인해 그 사회의 차이점들이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이는 세계의 다른 모든 지역의 모습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폴리네시아는 환경과 관련해서 인간 사회가 다양하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제 3장: 유럽이 세계를 정복한 힘의 원천

피사로가 아타우알파를 생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아타우알파가 피사로를 굴복시키지 못하게 되었는가? 제 3장에서는 그 원인을 분석한다. 유럽인들의 신세계 정복 성공의 직접적 요인은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 군사 기술: 총기, 쇠 무기, 기병대
  • 유라시아 고유의 전염병: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발진 티푸스, 선페스트(흑사병)
  • 해상 기술: 배를 통해 스페인에서 페루로 이동 가능
  • 중앙 집권적 정치 조직: 자금 마련, 선원 고용, 장비 구입 등
  • 문자: 구두 전달보다 빠르게, 멀리, 정확하게, 자세하게 전달 가능. 이를 통해 지식 제공 및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게 되어 경험의 격차 발생

즉,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럽을 식민지로 만들지 못하고 유럽인들이 신세계를 식민지로 만들게 된 직접적 요인을 보여준다 (직접적 인과 관계). '왜 신세계는 총, 균, 쇠를 가지지 못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은 궁극적 인과 관계를 보여준다 (이후 장에서 설명).

 

 


 

 

제 2부: 식량 생산의 기원과 문명의 교차로

제 4장: 식량생산의 기원

식량 생산은 간접적으로 총, 균, 쇠가 발전하는데 필요한 선행 조건이다. 이때, 각 대륙 민족들의 농경민·목축민이 되는 시기와 지리적 변동이 이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착 생활은 산아 간격을 단축하고, 그로 인해 인구 밀도가 높아진다. 가축화된 동물은 운송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고, 단백질과 각종 재료 (비료, 천연 섬유 등)를 제공해준다. 심지어 가축을 통해 발생된 병원균은 원주민 정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동식물의 가축화·작물화는 더 많은 식량, 조밀한 인구를 발생시키고 이로 인해 잉여 식량이 생성된다. 첫째, 잉여 식량이 존재하며 둘째, 잉여 식량을 운송할 수 있는 동물까지 충족된다면 여러 관점에서 진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정치적: 중앙 집권화
  • 경제적: 복잡해짐
  • 사회적: 계층화
  • 기술적: 혁신적 정주형 사회

따라서 동식물의 가축화·작물화가 있고 없고는 총, 균, 쇠의 발전의 선행 조건이며 중요하다.

 

 

제 5장: 인류 역사가 갈라 놓은 유산자와 무산자

식량 생산이 독립적으로 발전한 세계의 몇 지역을 통해 그 이웃 지역이 식량 생산을 배우게 되며, 기타 몇 지역은 수렵 채집자들이 식량 생산자들로 교체된다. 이렇게 유산자(농업의 힘을 가진 자)가 된 지역과 다르게 식량 생산에 적합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농업을 끝내 사용하지 않은 무산자들의 충돌로 인류 역사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유산자는 식량 생산이라는 기반을 통해 총, 균, 쇠를 발견할 수 있었고 끝내 무산자들과의 충돌에서 총, 균, 쇠를 통해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생명체에는 반드시 '방사성 탄소 14'라는 물질이 존재한다. 이것이 붕괴하면 '비방사성 동위원소 질소 14'로 변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을 사용할 수 있다. 우주선(매우 높은 에너지의 입자선)이 지구에 입사되면 지구의 대기에 탄소 14가 생성된다. 이때, 탄소는 탄소 14와 탄소 12가 1:1,000,000 비율로 구성된다. 대기에 부유하는 탄소를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흡수하게 되고, 이 식물을 초식 동물이 섭취한다. 초식 동물은 육식 동물이 포획하며 이 먹이 사슬을 통해 모든 생명체에는 반드시 방사성 탄소 14가 존재하게 된다. 생명체가 죽게 되면 탄소 14의 분자가 탄소 12로 변화한다. 약 5700년마다 탄소 14의 함유량이 반으로 줄어들고, 약 40000년이 지나면 탄소 14의 양이 현저히 적어져서 측정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탄소 14와 탄소 12의 비율을 보고 연대를 추정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이 측정 방법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비교적 많은 양의 탄소가 필요하여 비슷한 연대의 물질에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탄소 14와 탄소 12의 비율이 정확히 일정하지 않다. 시시때때로 조금씩 변동하여 계통 오차가 발생한다. 이는 보정이 가능하며 일반적으로 보정 연대는 B.C.로 표기하고, 비보정 연대는 b.c.로 표기한다.

 

독립적인 가축화·작물화의 발원지 다섯 곳은 서남아시아 (비옥한 초승달 지대), 중국,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및(?) 아마존강 유역, 미국 동부이다. 이때, 비옥한 초승달 (Fertile Crescent) 지대는 현대의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쿠웨이트 북부, 튀르키예 남동부, 이란 서부 등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아프리카 사헬 지대, 열대 서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뉴기니가 발원지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알려져 있다. 창시 식물이 도착하면서 가축화·작물화가 시작된 지역은 서유럽, 인도 인더스강 유역, 이집트가 있다.

 

 

제 6장: 식량 생산민과 수렵 채집민의 경쟁력 차이

식량 생산수렵 채집은 대응 관계가 아닌 상호 경쟁의 대안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두 방식 중 얻는 이득이 더 큰 방식을 선택하게 되는데 왜 인류는 식량 생산이 우세하는 방향으로 발전한 것일까? 이는 네 가지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

  1. 야생 먹거리의 감소
  2. 작물화할 수 있는 야생식물 증가: 홍적세 말기 기후 변화
  3. 야생 먹거리 채집, 가공, 저장 등 식량 생산 기술 발전
  4. 인구 밀도 증가와 식량 생산 발원의 상호적 관계

 

 

제 7장: 야생 먹거리의 작물화

인위 선택에 의한 농작물 개발 원리는 자연선택 (natual selection)으로 설명될 수 있다. 즉,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어떻게 초기 농경민들은 각종 식물을 작물화하게 되었을까? 많은 야생 식물은 이동이 불가하므로 동물에게 의존하여 씨앗을 전달한다. 따라서, 과육은 달콤하지만 씨앗은 쓰게 진화하였다. 또한, 씨앗은 동물이 삼켜도 소화가 되자 않아 배설되어 다른 위치로 전파 가능하다. 이는 어떻게 보면 "작물화"라고 볼 수 있다. 야생 동물에 의해 전파가 잘 되도록 자연선택되었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인 작물화의 선택 조건은 다음과 같다.

  • 크기: 작물의 크기. 큰 작물을 선택하게 되는 경향
  • 맛: 과육은 달게, 종자는 쓰게. 쓰지 않은 종자를 가진 돌연변이가 발생되었을 때, 작물화가 되었을 것
  • 살이 많거나 씨가 없는 과일, 기름이 많은 종자, 긴 섬유 등

완두콩을 작물화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완두콩은 꼬투리를 터트리거나 터트리지 않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 꼬투리를 터트린다: 야생 완두콩이 땅에 성공적으로 정착. 발아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는 작물화에 실패함을 의미한다.
  • 꼬투리를 터트리지 않는다: 인간에게 수확된다. 즉, 작물화에 성공한다.

결국 꼬투리를 터트리지 않는 완두콩들만이 인간에게 선택되어 작물화가 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앞으로 인간이 수확하게 되는 완두콩은 꼬투리를 터트리지 않는 경향을 가진 완두콩들이 지배적일 것이다.

다른 예를 보도록 하자. 가뭄, 추위에 대비하여 발아 억제물을 둔 식물도 있다. 발아 억제물로는 두꺼운 외피가 있다. 이때, 이 두꺼운 외피를 사용하는 경우와 사용하지 않는 경우를 비교해보자.

  • 두꺼운 외피를 사용한다: 발아하지 않는다. 인간이 수확하지 못하여 작물화에 실패한다.
  • 두꺼운 외피를 사용하지 않는다: 발아한다. 인간이 수확하여 작물화된다. 두꺼운 외피 및 발아 억제물이 없는 개체가 발전하게 된다.

자웅동주 (monoecisous)는 한 식물에서 암수의 꽃이 모두 피는 식물을 말한다. 양성화는 한 꽃에 암술, 수술이 있을 때이고, 단성화는 한 꽃에 암술 또는 수술만 있는 경우이다. 이때, 불화합성 자웅동주는 자화수분이 불가능한 자웅동주를 뜻한다. 자웅동주와 다르게 자웅이주는 암수가 딴 그루에 있을 때이다.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그루에 따로 달려 있다 (e.g., 은행나무, 시금치).

작물화에 쉬운 식물은 자화수분이 가능한 자웅동주이거나 무성 생식을 하는 종자이다. 왜냐하면 돌연변이 개체가 발생하여 일반 야생 딸기 과육보다 더 큰 개체가 있다면 이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보존해야한다. 하지만 자웅이주나 불화합성 자웅동주는 다른 정상 개체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함께 전달되므로 큰 과육이 다시 작아질 수 있다. 야생 식물은 일반적으로 자웅이주 또는 불화합성 자웅동주이다. 이러한 야생 식물에 돌연변이 개체가 발생하여 자화수분이 가능한 자웅동주가 된다면, 인간이 이를 무의식적으로 선택하여 작물화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야생 포도는 자웅이주 식물이다. 돌연변이로 자화수분이 가능한 자웅동주 포도가 우연히 생기면, 이를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수확하여 작물화가 된다.

 

 

제 8장: 작물화하는데 적합한 식물의 식별과 성패의 원인

연평균 총 생산량 80%를 책임지는 농산물 12종은 다음과 같다.

  • 곡물: 밀, 옥수수, 벼, 보리, 수수
  • 콩류:메주콩 (대두)
  • 뿌리/덩이줄기 작물: 감자, 마니오크, 고구마
  • 설탕 공급원: 사탕수수, 사탕무
  • 과일: 바나나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식량 생산의 최전선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이점에는 몇 가지가 있다.

  1. 겨울은 온난다습하고, 여름은 길고 덥고 건조하다. 이는 지중해성 기후대이며, 종자가 큰 한해살이 식물이 살기 좋은 기후이다.
  2. 식물군 야생 조상이 이미 풍부하고 생산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
  3. 자웅동주형 제꽃가루받이* (자화수분) 식물의 비율이 높다. 이는 인간에게 편리한 생식 상태를 제공한다. 또한 가끔 발생하는 타화수분을 통해 새로운 변종이 탄생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제꽃가루받이 곡류에는 외톨밀, 에머밀, 보리가 있는데 이 중 두 종류는 단백질 함량이 높다. 반면 동아시아, 신계계의 곡류인 벼와 옥수수는 단백질이 매우 적다. 단백질이 높은 식물을 작물화하면 농업만으로도 필수 단백질을 충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제꽃가루받이: 대개는 자화수분을 하지만 가끔 타화수분을 하는 식물.

 

세계에 있는 지중해성 기후대는 총 5곳이 있으며 그것은 캘리포니아, 칠레, 지중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서남 오스트레일리아다. 이 지중해성 기후대 중에서 왜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독보적으로 식량 생산을 했을까?

  1. 종의 다양성: 서유라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지중해성 기후대이다. 즉, 야생동식물이 다양했다.
  2. 한해살이 식물이 많다: 지중해성 기후대에서 계절별 연도별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지역이었다. 따라서, 한해살이 식물의 비율이 높았다 (한해살이 식물은 작물화가 매우 편하다). 이는 1번과 결합되어 다양한 한해살이 식물이 발생될 수 있게 되었다.
  3. 고도 및 지형 변동의 급격함: 짧은 거리 안에서도 고도 및 지형 변동이 심했다. 지구상 가장 낮은 지점 (사해)에서 해발 5600m에 달하는 엘부르즈 산맥까지 다양한 환경이 있었고, 이는 야생식물도 다양해지는 기반이 되었다. 또한, 산맥 부근 저지대는 관개 농업에 적합하였다.
  4. 다양한 동식물: 3번으로 인해 식물뿐만 아니라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의 야생 조상도 풍부했다. 이로 인해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는 일찍부터 대형 포유류를 가축화할 수 있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농업은 창시작물 8종인 에머밀, 외톨밀, 보리, 렌즈콩, 완두콩, 병아리콩, 쓴살갈퀴, 아마와 함께 시작되었다. 이 중 2종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 외에는 자생하지 않을 정도로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는 인간에게 유용한 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동식물은 기본적인 경제적 필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의류, 견인력, 운송 등)를 두루 충족시켰다.
  5. 수렵 채집 생활의 약한 경쟁력: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큰 강이 없고, 해안선이 짧아 수산 자원이 비교적 적다. 또한, 가젤은 인간들에게 남획되어 그 수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는 식량 생산용 동식물이 우세해졌고, 신속하게 식량 생산 생활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런 증거에도 불구하고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성공에 몇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두 가지 물음에 답을 해보며 해석해보자. 수렵 채집민이나 초기 농경민들은 자기 지역의 야생종과 그 쓰임새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까? 그렇다. 그들은 작물화에 적합한 것만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면 그 지식을 활용하여 가장 유용한 종들을 가축화·작물화했을지 아니면 문화적 요인으로 불가했을까? 뉴기니는 지역 종에 해박하지만 토착적인 식량 생산에 한계가 있었다. 단백질이 부족하고, 종이 다양하지 않아 식량 생산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미국 동부는 지역 야생 곡류가 작물화에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문화적 요인이 아닌 그 지역의 생물상과 환경 때문에 식량 생산이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과를 작물화하지 못한 이유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주어진 야생 동식물 전체의 문제이다. 가축화·작물화에 그다지 유망하지 않아 식량 생산이 늦어졌다. 따라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보다 뛰어나서 사과를 작물화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북아메리카의 생물상과 환경 때문에 식량 생산이 발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 9장: 선택된 가축화와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할 수 없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적힌 유명한 첫 구절처럼 가축화에 적합한 몇 종을 제외하고는 가축화에 실패할 것이다.

 

현재 가축화된 대형 초식 동물은 총 14종으로 다음과 같다.

유형 설명
주요 5종 양, 염소, 소, 돼지, 말
기타 9종 단봉낙타, 쌍봉낙타, 라마와 알파카, 당나귀, 순록, 물소, 야크, 발리소, 인도소

 

야생 조상과 가축은 다른 점이 많다. 가축은 야생 조상에 비해 몸집과 두뇌의 크기가 작다.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되므로 감각 기관은 덜 발달했다. 양이나 알파카는 속털은 보존하되 겉털은 줄이거나 없앴다. 이러한 차이는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발생되었다. 

  1. 동일한 종의 동물 중에서도 다른 개체보다 인간에게 더 유용한 개체를 선택하는 인위 선택
  2. 인위적인 환경은 야생 환경과 판이하게 다르다. 따라서 자연선택의 효력도 다르게 작용하여 이에 대해 동물들이 자동적으로 나타내는 진화적 반응이 있다.

유라시아에는 고대 14종의 야생 조상 중 무려 13종이 서식했다. 왜 유라시아에 고대 14종이 집중되었을까? 왜 대형 육서 포유류 종수가 가장 많았을까? 왜 '비율'적으로도 유라시아에서 유난히 가축화가 되었을까? 비유라시아 지역에서 토종 포유류가 가축화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프리카는 포유류가 풍부하여 가축화의 필요성이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이이 대한 증거는 다섯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1. 비유라시아인들도 유라시아의 가축들을 신속히 받아들였다: 가축화의 필요성이 없던 것이 아니다. 그곳의 야생 포유류가 가축화에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2. 인간에게는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어하는 보편적인 경향이 있다: 애완용으로 기르고 길들이기는 가축화의 초기 단계이다. 많은 야생동물이 가축화의 첫 단계에 이르렀지만 마침내 가축이 된 동물은 극소수이다.
  3. 고대 14종은 신속하게 가축화 되었다: 대형 포유류의 가축화는 4500년 전에 이미 끝났다. 몇 종만이 가축화 시험에 통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부적합했던 것이다.
  4. 동일한 종이 여러 곳에서 되풀이되어 독립적으로 가축화 되었다: 인도의 혹등소, 혹이 없는 유럽소는 하나의 야생 조상으로부터 분기된 2종의 소에서 나왔다. 따라서 가축화에 적합한 몇 종의 야생 동물이 한꺼번에 다수의 인간 사회로부터 주목받았다.
  5. 새로운 가축을 개발하려는 현대의 노력은 제한적인 성공밖에 거두지 못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교하게 다른 대형 포유류의 가축화를 시도하였지만 실패하였다.

대형 포유류 148종 중 14종만 가축화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134종은 왜 가축화가 되지 못했을까?

  • 식성: 어떤 동물이 식물 또는 다른 동물을 먹을 때 그 먹이가 가진 생물 자원이 소비자의 생물 자원으로 환원되는 효율은 대개 10%이다. 체중이 450㎏인 소는 옥수수 4500㎏을 필요로 한다. 체중 450㎏인 육식 동물은 체중 4500㎏의 초식 동물이 필요할 것이고, 이 초식 동물은 옥수수 45000㎏이 필요하다. 특이한 식성을 가진 동물(e.g., 코알라)이나 육식 동물은 목장에서 키우기에는 비효율적이고 자격 미달이다.
  • 성장 속도: 빨리 성장해야 사육 가치가 있다. 성장에 오랜 기간이 걸리면 가축화에 부적합하다. (e.g., 고릴라, 코끼리)
  • 감금 상태에서 번식시키는 문제: 번식 특성으로 감금 상태에서 번식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으면 가축화에 부적합하다. (e.g., 치타, 비쿠냐)
  • 골치 아픈 성격: 웬만한 크기의 포유류는 대부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e.g., 회색곰, 아프리카들소, 하마, 얼룩말)
  • 겁 먹는 버릇: 신경이 예민하면 감금 상태로 관리하기에 어렵다. (e.g., 가젤)
  • 사회적 구조: 1) 무리를 이루고 2) 위계가 있으며 3) 중복되는 행동권을 가지는 특성이 있어야 목축에 이상적이다. 이와 반대로 각자 세력권을 가지고 혼자 살아가는 종은 가축화에 부적합하다. (e.g., 고양이과, 사슴)

이처럼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에 의거해 적합한 몇 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격된다. 유라시아인들에게는 적합한 가축이 많았다. 따라서 포유류의 지리, 역사, 생태로 유리해졌다.

 

 

제 10장: 대륙의 축으로 돈 역사의 수레바퀴

남북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주요 축은 남북 방향이고, 유라시아의 주요 축은 동서 방향이다. 이 차이로 인해 식량 생산의 전파 속도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농작물이 전파되는 난이도가 지리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을 선제적 가축화·작물화 (preemptive domestication)라고 한다. 서남 아시아에서는 작물화가 대개 1회로 끝났고, 남북 아메리카는 흔히 여러 번 이루어졌다. 이는 농작물들이 남북 아메리카 내부에서보다 서남 아시아에서 외부로 전파되기가 더 쉬웠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축이 방향이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축의 방향에 따라 각 지역의 특성은 어떻게 변할까?

  • 동서축: 낮의 길이, 계절의 변화가 동일하다. 단 한 차례의 작물화 과정을 미루어보아 동서축으로 빠르게 전파했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동일종이나 친척종의 새로운 작물화를 견제할 수 있었다. 질병, 기온과 강우량의 추이, 생식지나 생물 군계 등이 비슷하다.
  • 남북축: 가축, 작물 전파가 어렵다. 확산이 늦어진다. 따라서 독립적인 작물화가 여러 번 반복된다.

위도는 기후, 성장 조건, 식량 생산 전파의 난이도 등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이다. 하지만 위도만이 결정 요소는 아니다. 지형적·생태적 장애물도 식량 전파에 영향을 미쳤다. 동서 방향으로 펼쳐진 지역의 중간에 사막이 있다면 사막에 의하여 길이 가로막혀 동서축이더라도 전파가 느려지게 된다.

 

이처럼 각 대륙에 따라 달랐던 축의 방향은 식량 생산 확산뿐만 아니라 기타 기술이나 발명품 (바퀴, 문자 체계 등) 확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글이 길어져서 다음 편에서 이어서 작성하겠다... 평소 궁금했던 자연 현상에 대해 근거를 들어 설명해주어 흥미로웠다. 특히, 어떻게 사람들은 먹을 수 있는 작물, 없는 작물을 잘 구분해서 먹었는가에 대해 약간의 추측은 했지만 근거는 없었는데, 이 논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어 개운했었다. 역시 책은 읽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