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억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리처드 도킨스

lime9 2024. 2. 14. 13:50

리처드 도킨스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 보았다. 항상 들어오기만 하다가 드디어 읽어 보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으로 인해 몇 십 년 간 해명을 해오듯이 살아 오셨을 듯 하다. (책의 앞 부분에는 개정판 서문 등 짤막한 글이 있는데, 그러한 일들이 들끓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동설이나 <종의 기원>의 자연 선택 등으로 미루어 봤을 때, 세계의 사상과 가치관에 반하는 생각을 말하는 것은 거친 반발을 불러오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은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이 이기주의를 만들어내는 단위는 유전자라고 볼 수 있다. 즉 유전자를 인간 뿐만 아니라 다른 동식물을 만들어 낸 주원인으로 본다.

 

 

도킨스는 진화의 주체를 개체나 종이 아닌 유전자라고 본다. 여기서 유전자는 염기 서열의 작은 부분이라고 정의하였고, 이 작은 부분은 감수 분열 중에 큰 부분보다는 다음 세대에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이 작은 부분은 불멸한다라고 볼 수 있다. 모든 물질 중에서 자기 자신을 완전하게 복제할 수 있는 것은 DNA 뿐이고, 이의 작은 부분인 유전자가 불멸을 위하여 선택한 것이 진화이다.

 

 

의식에 대해 제기되는 철학적 문제가 무엇이든, 현재 우리의 목적에서 의식이란, 실행의 결정권을 갖는 생존 기계가 그들의 궁극적 주인인 유전자로부터 해방되는 진화의 정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의 뇌 (신경계)는 유전자에 반항하는 힘을 갖추고 있다. 이를 확실히 보여주는 예로는 피임 기구의 사용이다. 번식이라는 유전자의 불멸을 달성하기 위한 필연적 행동을 거부할 수 있다. 유전자가 우리에게 입력한, 자연 선택의 칼날을 통해 설립한 진화 규칙은 뇌를 통해 거부할 수 있고 이는 인간의 특수함을 보여준다. 이는 도킨스가 의미하는 이기적 유전자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되는데, 유전자는 생존 기계의 행동을 제어하지만 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유전자가 우리를 창조해낸 것이지, 조종하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 풀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유전자들의 세트가 될 것이며, 이는 어떠한 새로운 유전자도 침입할 수 없는 유전자 풀로 정의된다.

 

 

돌연변이나 재조합, 또는 이입으로 생기는 새로운 유전자는 대부분 자연 선택의 벌을 받아 즉시 제거되고 진화적으로 안정한 유전자 세트는 복원된다. 이때, 어떤 새로운 유전자가 침입에 성공하여 유전자 풀 내에 퍼져 나가면 과도기를 거쳐 진화적으로 안정한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지게 되고 작은 진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을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ESS) 라고 한다. 이를 도킨스는 게임 이론에 따라 세계를 단순화하여 설명한다. 어떤 개체군에서 개체들이 선택한 싸움 전략은 총 두 종류, 매파 전략과 비둘기파 전략이 있다. 매파는 늘 맹렬히 싸우며 심하게 다칠 때가 아니면 굴복하지 않는다. 비둘기파는 서로 위협만 할 뿐 상처를 주지 않는다. 매파와 매파가 만나면 누군가 중상을 입을 때까지 싸우게 되며, 비둘기파끼리 만나면 서로 노려보다가 지쳐 싸움을 종료한다. 그러면 총 네 가지의 싸움 조합이 있을 것이다. 이때, 싸우는 개체들에게 임의의 점수를 부여해보자. 승자에게는 50점, 패자에게는 0점, 중상자에게는 -100점, 장기전에 따른 시간 낭비에는 -10점을 준다. 높은 점수를 얻은 개체가 유전자 풀에서 다수의 유전자를 남기게 된다. 매파와 비둘기파가 만나면 당연히 매파가 승리한다. 매파는 50점을 얻고, 비둘기파는 패배하여 0점을 얻는다. 비둘기파와 비둘기파가 만나면 싸움이 발생하지 않지만 서로를 위협하는 과정에서 장기전이 되어 둘 다 -10점으로 싸움이 종료된다. 이러한 환경 설정에서 결국은 수렴하는 지점이 생길 것이며 그 지점은 매파 7/12, 비둘기파 5/12 지점이다. ESS 개체 평균 점수는 매파가 소수인 경우의 매파 개체의 평균 점수보다 낮지만, 우리는 각 개체의 높은 점수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른 유전자가 칩입하더라도 (e.g., 이기적으로 본인의 높은 점수를 위해 다른 개체를 이용하는 상황) 나머지 개체들에 의해 처단되어 안정적으로 ESS로 복귀되는 점을 찾는 것이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현대 시대에서는 유전자 뿐만 아니라 자기 복제를 할 수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우리의 문화이다. 밈(meme)은 도킨스가 새로 정의한 단어로서, 인간이라는 종에서 특수하게 나타나는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정의하였다. 밈은 유전자(gene)처럼 본인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진화하며 전략을 세운다. 이 중 하나의 전략은 인간을 두려워하도록 하는 것이다. 종교는 신의 존재를 믿으며 이를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는 오랜 기간 동안 우리의 문화 속에 남아있었던 것이고, 그것은 밈의 생존 비법이었던 것이다.

 

 

토너먼트에 참가한 15개의 전략 중 8개는 마음씨 좋은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득점이 높은 상위 8위가 모두 마음씨 좋은 전략이며 못된 전략 7개가 하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액설로드는 위의 매파, 비둘기파 게임처럼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우수한 전략은 무엇일까를 연구했다. 토너먼트 게임을 열었고, 해당 게임에 제출된 15개의 전략 중 상위 8위는 모두 마음씨 좋은 전략, 즉 먼저 배신(공격)하지 않는 전략이었다. 승리를 거둔 전략은 놀랍게도 가장 단순하고, 가장 덜 교묘해보이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Tit for Tat' (TFT) 전략이었다. 이 전략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마음씨 좋음'과 '관대'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결국 이기성에서 기인한다.

 

 

동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그 행동을 하는 동물의 몸 내부에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도킨스의 저서 <확장된 표현형>은 <이기적 유전자>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기적 유전자>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기적 유전자>에서도 여러 번 <확장된 표현형>이 본인이 가장 잘 썼고, 좋아하는 책이라고 하며 이를 읽어보라고 권유한다. 위의 문장은 확장된 표현형이 무엇인가에 대한 중심 정리로 볼 수 있는데, 기생이나 공생 관계 등을 통하여 미루어 보건대, 유전자는 본인이 들어가 있는 개체 자체에 대한 영향력 행사 뿐만 아니라 외부에까지 자신의 지배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고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들며 우울증을 앓았다는 분들은 도대체 어떠한 사고 방식을 하는 것일까...?

생물의 이유 없어 보이는 행동에 어떠한 해석을, 또한 그것의 근거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어두운 길에 빛을 밝혀주는 느낌이 아닌가? 그의 다음 책인 <확장된 표현형>도 읽어보고 싶다.

 

도킨스의 사고와 가치관이 나와 일치하는 것을 느꼈지만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유신론자의 주장과 합리적 근거도 배우고 싶다. (그들도 무언가 있으니까 꾸준히 반박을 하는 것일테니...)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읽어봐야겠다. (읽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래도 말을 들어봐야지...)